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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파묘' 리뷰 '파묘'는 묘를 파낸다는 뜻으로 주로 이장을 하거나 화장을 할 목적으로 행한다. 제목에서부터가 뭔가 한국적인 느낌이 강한데, 공식 영어 제목은 'EXHUMA' 로 "(무언가를) 파내다"라는 루마니아어이다. 뭔가 미스테리오컬트 장르에 어울리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이런 고유한 요소 우리에겐 익숙한 풍습이지만 외국인들에겐 꽤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일단 전작에 비해 꽤 대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국민배우급 캐스팅에서부터 다소 직관적 진행이라 미스테리한 장르에 비해 전개도 빨라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떡밥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초반에 화림(김고은)이 대살굿(타살굿이라고도 불리며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의 일종으로 황해도 지방에서 유래했다.)을 할때 배우의 연기나 긴장감이 좋았고, 인부..
# 13) '너의 모든것' 넌 동화 속에 숨었었지. 마치 이불속처럼. 하지만 네가 좋아한 건 차가움이었어. 푸른 수염 부인들의 시신을 발견했을때 느낀 날카로운 전율과 백마 탄 왕자님이 네 발에 신긴 유리구두 한 짝이 딱 맞았을 때 느낀 닭살 말이야. 하지만 운동장 근처 가을바람에 넌 진짜 공주들을 지나쳤어. 너와 부잣집 여자애들과 격차를 보고 동화를 믿지 않기로 맹세했지. 하지만 동화는 너를 독처럼 잠식시켰어. 백마 탄 왕자님이 진짜라 널 구해준다면 모든 부당함에서 구원받았을 텐데. 그는 언제 올까 답은 수없이 스친 잔인한 냉소속에 스티비스미스가 뚱뚱한 년이라 놀리며 지은 조소에 추수감사절 부엌에서 네 엉덩이를 쥔 제프 삼촌의 손에, 그 일을 아빠한테 말했을 때, 아빠가 보인 비난의 눈빛이 있었어. 남자인 척하는 남자애를 네 몸,..
# 12) '인간수업' 리뷰 패기 있고 능력 있는 신입 느낌의 드라마였다. 나는 대체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특유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민감하고 보수적인 성매매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필 n번방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인간 수업'의 넷플릭스 공개 시기가 상당히 미묘해진 덕분에 주목도 받고 또한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한 작품이 되었다. 일단 오프닝을 정말 잘 뽑았다. 특히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하는 넷플릭스 특성상 몰아보기 적합하니 그만큼 오프닝도 연달아 봐야 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드라마는 오프닝이 상당히 큰 인상을 준다고 생각한다. 인간 수업 오프닝은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았는데, 그 짧은 ost로 오프닝, 엔딩을 한 곡으로 썼으니 가성비가 좋았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우리..
# 11) '500일의 썸머' 리뷰 영화 시작 전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본 영화는 허구이므로, 생존 혹은 사망한 사람과 어떤 유사점이 있더라도 완전히 우연입니다. 특히 제니 벡맨. 나쁜 년' .....아무래도 감독이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뭐 저런 년이 다 있어?'라는 생각에 중간에 시청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보게 되었다. "이것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도입부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해피엔딩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남주인공인 톰의 시점에서 썸머와의 500일동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며 연출 또한 독특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놓고 할거 다 하면서 애인이나 결혼할 사이거나 서..
# 10) '비긴어게인' 리뷰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지만 기대와 달리 인상 깊게 본 영화다. '원스'의 진화형이라는 리뷰글을 많이 봤는데, 난 원스를 안 봐서 그건 잘 모르겠고 일단 노래가 좋다. 여기 나오는 노래는 다 좋다. 음악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룬 5의 보컬인 '애덤 라바인'의 음색은 역시였고, (마룬 5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더빙인 줄 알았을 정도로 의외의 노래 실력에 놀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어벤저스'의 헐크, 나우유씨미'의 형사 역을 나올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마크 러팔로'라는 배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딱히 기승전결이 없어 한 영화를 세등분으로 잘라 중간 부분만 보여주는 느낌이다. 내용이 큰 굴곡 없이 자연스럽..
# 9) '어라이벌(컨택트)' 리뷰 스포일러 주의 어느 날 느닷없이 전 세계 곳곳에 12개의 거대한 반원 모양의 미확인 미행 물체가 나타난다. 전 세계는 혼란에 빠지고 미국 정부는 우선 그들이 여기에 온 목적을 알아내기 위한 소통의 목적으로 능력 있는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을 데려와 그들과 접촉을 시도한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루이스는 입고 있던 보호복을 벗어 경계를 없애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통을 시도하자 문자를 형상화해 보여주면서 반응을 보인다. 인간의 문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이든 순서가 있고 길면 길수록 자세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지만 그들의 문자는 원형의 표의문자로 하나의 원에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원이라 시작과 끝을 알 수가 없어 어디서부터 해석해야 할지 모른다. 오랜 분석 끝에 루이스..
# 8) '곡성' 리뷰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스포일러 있음 아마 나처럼 영화를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반에 나오는 저 문구를 보고 영화 보는 내내 여기저기 대입시켜봤을 것이다. 보다가 몰입에 방해가 되어 영화의 반전을 예고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봤다. 이미 호평과 해설이 난무하기에 해설은 따로 적지 않겠다. 아쉬운 점을 위주로 적어보자면 초반에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제기되었던 야생버섯은 맥거핀이었고, 내용을 애매하고 헷갈리게 해서 여운이 있다. 그래서 두세 번 보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한데, 한 가지 아쉬운 건 그런 의도..
# 7) '라이프 오브 파이' 리뷰 이 글은 영화의 해석이 포함되어있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우연히 표류하게 된 소년과 호랑이의 우정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줄 알았지만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여운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색을 해야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보다 주제가 무겁고 깊이 있는 영화였다. 일단 주제를 떠나서 영상미가 엄청나다. 밤바다의 해파리씬이나 밤이 되면 산성화 되어 식인 섬으로 변하는 그 몽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색감이 너무 좋았다. 특히 파이가 바닷속에서 배가 침몰하는 지켜보는 장면은 구도도 좋았고 절망적이면서 성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못 본 게 정말 아쉽다. 제발 재개봉 좀... 바다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한 파이를 찾아온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