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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너의 모든것'

 

넌 동화 속에 숨었었지. 마치 이불속처럼. 하지만 네가 좋아한 건 차가움이었어.

 

푸른 수염 부인들의 시신을 발견했을때 느낀 날카로운 전율과 백마 탄 왕자님이 네 발에 신긴 유리구두 한 짝이 딱 맞았을 때 느낀 닭살 말이야. 하지만 운동장 근처 가을바람에 넌 진짜 공주들을 지나쳤어. 너와 부잣집 여자애들과 격차를 보고 동화를 믿지 않기로 맹세했지. 하지만 동화는 너를 독처럼 잠식시켰어. 백마 탄 왕자님이 진짜라 널 구해준다면 모든 부당함에서 구원받았을 텐데. 

 

그는 언제 올까

 

답은 수없이 스친 잔인한 냉소속에 스티비스미스가 뚱뚱한 년이라 놀리며 지은 조소에 추수감사절 부엌에서 네 엉덩이를 쥔 제프 삼촌의 손에, 그 일을 아빠한테 말했을 때, 아빠가 보인 비난의 눈빛이 있었어.

 

남자인 척하는 남자애를 네 몸, 네 마음에 들일 때마다 야수가 왕자가 되는 마법 따위는 없다는 걸 배웠지.

 

볼 때마다 화나는 여자애들에게 둘러쌓여서 그 애들 힘을 빌리려는 너 자신을 혐오했고, 그럴수록 넌 더욱 작아졌지. 그러다 사라져 버릴까 생각하던 그때, 그가 널 본거야. 지나치게 완벽해서 말도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스스로를 휩쓸려가게 됐지. 널 처음 들어 올릴 만큼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이제 그의 성 안에서 넌 이해하게 됐어. 백마 탄 왕자님과 푸른 수염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둘 다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한 결말도 없다는 걸.

 

너가네가 원하는 바잔아. 사랑받고 싶었잖아. 여왕이 되고 싶었잖아. 네가 바라던 바 아니야? 네가 바라던 바잖아. 네가 바라고 바라던 바가 아니냐고. 이대로 살 수 있다고 말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사랑을 못 돌려주면 어쩌지? 

 

당신이 운명이 아니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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