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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14) '파묘' 리뷰

파묘 외국 포스터

 

'파묘'는 묘를 파낸다는 뜻으로 주로 이장을 하거나 화장을 할 목적으로 행한다. 제목에서부터가 뭔가 한국적인 느낌이 강한데, 공식 영어 제목은 'EXHUMA' 로 "(무언가를) 파내다"라는 루마니아어이다. 뭔가 미스테리오컬트 장르에 어울리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이런 고유한 요소 우리에겐 익숙한 풍습이지만 외국인들에겐 꽤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일단 전작에 비해 꽤 대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국민배우급 캐스팅에서부터 다소 직관적 진행이라 미스테리한 장르에 비해 전개도 빨라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떡밥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초반에 화림(김고은)이 대살굿(타살굿이라고도 불리며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의 일종으로 황해도 지방에서 유래했다.)을 할때 배우의 연기나 긴장감이 좋았고, 인부가 삽으로 뱀(일본요괴 누레온나)을 죽이면서 뭔가 잘못된 거 같은 불길한 기운이 감돌 때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전작에 비해 촬영구도나 영상미도 더 좋아진 것 같다.

 

오락성이 있고 후반에는 클리셰를 꽤 따라가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장르가 거의 크리쳐물로 바뀌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난 그래도 재밌었는데 대부분 후반부터 별로였다는 평은 동감한다. )

 

" 매우 재미있고 예측이 가능하지만, 결국에는 유령과 영혼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하지만 고전적인 공포를 좋아하면 실망할 수 도 있습니다. " - 어느 외국인 평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던건 아니다. 워낙 오컬트장르를 좋아하고 전작인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를 너무 재밌게 봤어서 기대를 많이 했고 해석도 수없이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 파묘는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설정이나 중반부 장르전환하는 스타일이 옅어진 게 아쉬웠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미스터리인데 다소 직관적이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개와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도시괴담같은 쇠말뚝을 스토리의 핵심에 넣은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당시 우리나라 곳곳에 박혀있는 쇠말뚝은 일제감정기때 토지조사사업에 사용된 말뚝이거나 군부대가 필요에 의해 박은 것이라고 밝혀졌다. 기록이 꽤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는데 조선의 정기를 끊을 목적으로 쇠말뚝을 박았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실무근인데 안 그래도 민감한 한일관계에 굳이 사실확인이 안 된 소재를 핵심으로 다루고, 국민배우이고 세계적으로도 나름 인지도가 있는 최민식 배우가 일본 귀신을 무찌르는 결론이라니 ㄷㄷ 그렇게 상성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처리? 퇴마? 할 수 있는 설정이라면 차라리 극 중에 전직 야구선수였던 봉길이 처리하는 게 더 자연스러웠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하지만 봉길은 상성을 몰랐을 듯 ㅠ)

 

어쨌든 전반은 그 험한 것의 모습을 유리창에 비춘 모습 등으로 명확하지 않게 보여줌으로써 실체가 궁금하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다가 후반부에서부터 거대한 사무라이 오니가 등장한다. 실제 사무라이들의 평균키가 160cm도 되지 않는데 2미터는 족히 넘어 보인다. 뭐 위압감을 줄 목적으로 그렇게 크게 표현한 거겠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몰입감을 떨어트렸다.  

 

돼지나 사람의 간을 빼먹는 등 물리적인 공격을 하면서부터 슬래셔 장르에서나 느끼는 긴장을 이어가면 그나마 괜찮았겠지만, 이미 네 명의 친근한 어벤저스를 목을 두동강내며 죽일 리 없는 클리셰가 보이면서 긴장감이 뚝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런 식으로 주인공들을 무자비하게 다뤘다면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쭉 이어 나갔겠지만 혹평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흥행에도 지장이 생길 거고, 이렇게 관객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이도저도 않은 작품이 되기 마련이다. 

 

이 여유로운 투샷 좋았다.

 

영화에서는 반일주의적 요소가 꽤나 두드러지며, 이런 오컬트 미스터리장르에서 장르에 집중하지 않고 사상 같은 걸 넣게 되면 본연의 초점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시작하자마자 스튜어디스가 일본어로 묻자 화림이 "간고쿠데스" 라고 하는 첫 대사부터 약간 불안하긴 했다. 영화 '노량'에서 이순신역의 최민식을 캐스팅에서 무덤에 노잣돈을 굳이 백 원짜리 동전(이순신)을 던진 거나 극 중 4인방의 본명을 당시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쓴 것, 그리고 각 자동차의 번호가 독립운동 연도, 날짜인 점을 보면 꽤 노골적으로 항일코드를 넣었다. 이런 의도와 해석이 퍼지면서 삼일절 특수에 더욱 관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쉬운 건 이런 사상이 들어간 작품은 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보게 할 목적이 커서 주로 쉽고 직관적이고 알아듣기 쉽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래의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떨어지고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작품이 될 우려가 있다. 뭐 흥행 잘되고 대중적이고 그러면 영화산업에도 보탬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진실과 다른 픽션이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가 있고, 작품의 독창성이 사라지니 후속편을 이어나가기 어려워 단일 작품으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작품은 유독 시리즈물이 별로 없다. 넷플릭스나 애플티비에 진출하면서 그나마 시즌제 드라마가 생겨나긴 했지만 길게 가봐야 시즌3 정도지 아직 외국 드라마에 비해 긴 시즌을 이어가는 작품이 별로 없는듯하다. 

 

이렇게 천만이 넘어가고 흥행을 맛보면 보통 후속작은 개성이 많이 사라지던데, (한 예로 '범죄도시'가 있다.)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르 본연의 가치와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시리즈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국 오컬트장르는 나홍진 감독만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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