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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500일의 썸머' 리뷰

 

 

 

영화 시작 전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본 영화는 허구이므로, 생존 혹은 사망한 사람과 어떤 유사점이 있더라도 완전히 우연입니다. 특히 제니 벡맨. 나쁜 년'

 

.....아무래도 감독이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뭐 저런 년이 다 있어?'라는 생각에 중간에 시청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보게 되었다.

 

 

"이것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도입부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해피엔딩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남주인공인 톰의 시점에서 썸머와의 500일동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며 연출 또한 독특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놓고 할거 다 하면서 애인이나 결혼할 사이거나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고 싶어하는 톰에게 썸머는 그런 진지한 관계를 싫다고 한다. 함께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고 어떻게 보면 무책임해 보일수있는 말을 한다. 그러다 관계는 악화되고 결국 썸머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썸머가 나쁜 년인인건 맞지만 다시 영화를 천천히 돌이켜보면 수동적이며 공감도 못해주는 찌질한 톰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썸머가 나쁜년인 이유는 이 영화가 순전히 톰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짚어보면

 

바에서 썸머에게 다른 남자가 치근댈 때 참고 있다가 자신을 조롱하니 그제서야 주먹을 날린 점이나, 썸머가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하는 비틀즈의 링고스타를 무시하고, 영화 '졸업(The Geaduate 1967)'을 보고 울고 있는 썸머를 공감하지 못하는 등 수동적인 톰의 말과 행동들.. 남녀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 같지만 톰의 성향을 잘 나타내는 씬이었다.

 

매일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고 밥 사주고 매일 연락하고 선물공세도 하며 호감을 표현했다 해도 다른 남자를 선택하는 건 결국 여자의 마음이다. 남자가 저렇게 여자에게 적극적인 건 여자의 리액션에 관련이 없다. 남자의 호감에 대한 반응이 있든 없든 남자는 '저 여자도 나한테 호감이 없진 않을 거야' 혹은 이런 행동에 대한 보상심리가 쌓여갈 수도 있다. 어쨌든 남자는 여자가 안전하게, 아니면 딴 데로 새지 않고 집에 들어가는걸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것이다. 물론 여자가 밤늦게 혼자 귀가하는 게 걱정되는 마음이겠지만 혹시나 부담을 느껴 불편한 상대방의 마음보다 데려다줘야 안심이 되는 자신의 마음이 우선인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잘해주는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만족이 될 수 있고, 소통도 잘 되지 않으며 이기적인 사랑이 될 수 있다. 이게 잘못되면 집착으로 변하곤 한다. 

 

톰은 사랑을 할 때 수동적이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남자였다. 초반에 술 취한 친구가 택시에 타면서 톰의 마음을 썸머에게 대신 전달해줬을때 그 말이 사실이냐는 썸머의 계속된 질문에 톰은 그냥 얼버무렸다. 썸머는 톰이 사진에 대한 마음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재차 물어보면서 호감을 표시했지만 톰은 혹시나 썸머를 좋아하는 마음을 들켜서 거절당했을 경우 자신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방어적인 행동을 했을 것이다. 역시 썸머보단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 

 

썸머 : 나 링고스타 좋아해

톰 : 링고스타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썸머 : 발목에 나비문신할까 생각 중이야

톰 : 안돼!!

(영화 보고 우는 썸머에게)

톰 : 왜 울어? 영화 때문에??

 

 

그에 반해 썸머는 엘레베이터에서 먼저 말을 걸고 회사 복사실에서 먼저 키스했으며, 첫 관계에서도 먼저 마음을 표현했다. 건축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톰을 지지해줬으며, 싸운뒤에도 결국 먼저 톰에게 찾아가 사과를 한건 썸머였다. 

그 남자와 어떻게 만났냐는 톰의 질문에 썸머는 말한다.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책의 작가인 '도리안 그레이'에 관해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 계기로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톰이 음악을 듣고 있을때 '스미스'에 관해 물어봐 준 썸머에게 사랑에 빠진 것처럼

 

 

초반에 톰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었고, 썸머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헤어지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 썸머에게 실연당한 톰이 썸머를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의 가치관이 바뀌어버린 상태였다. 폐인이 돼버린 톰은 의미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건축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간다. 

 

거기서 자신과 같은 면접자로 보이는 한 여자가 말을 건다. 

 

"엔젤러스 플라자에 간 적 있지 않아요? 거기서 본 거 같아요."

톰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자 

 

"주위를 보지 않았겠죠." 라고 말하는 여자

 

순간 묘한 정적이 흐르고, 면접장이 톰을 부른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도중에 썸머를 떠나보내고 우연도 운명도 없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톰은 용기를 내서 다시 자리로 돌아가 면접 끝나고 차라도 한잔하자고 말을 걸지만 여자는 선약이 있다며 거절한다. 역시 예외란 없다고 생각하며 돌아서는 톰을 부르는 여자

 

"좋아요. 안될게 뭐 있어요." 라고 말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의 이름은 'autumn(가을)'...

 

그리고 다시 어텀과의 1일이 시작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을 맞이하듯이 톰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500일의 썸머'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관계적인 이야기보다는 톰의 정신적인 성장기에 집중한 영화인 듯하다.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랬고 점점 나아지겠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썸머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고 톰과 재결합을 했다 해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연애를 하기 전에, 연애 중에, 그리고 헤어진 후.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다.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디샤넬'의 앳된 모습도 좋았고, 톰의 동생역으로 출연한 '클로이 모레츠'도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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