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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8) '곡성' 리뷰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스포일러 있음

 

아마 나처럼 영화를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반에 나오는 저 문구를 보고 영화 보는 내내 여기저기 대입시켜봤을 것이다. 보다가 몰입에 방해가 되어 영화의 반전을 예고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봤다.

 

이미 호평과 해설이 난무하기에 해설은 따로 적지 않겠다. 아쉬운 점을 위주로 적어보자면

 

초반에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제기되었던 야생버섯은 맥거핀이었고, 내용을 애매하고 헷갈리게 해서 여운이 있다. 그래서 두세 번 보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한데, 한 가지 아쉬운 건 그런 의도가 좀 인위적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일광(황정민)이 굿을 할 때, 장승에 말뚝을 박는 장면과 일본인이 괴로워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서 적대관계라서 서로 살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절벽 아래에 숨어있던 일본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 동정심을 유발했던 점이나 절벽에서 추락해 차에 치이기 전에 무명(천우희)과 직접 대립하는 장면이 통삭제가 되었다는데, 역시 더 애매하게 보여주려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또 악마를 숭배하고 악마가 될 놈이 왜 시장에서 닭을 사는데 깍아달라고 흥정을 하고 있었을까 ㅋㅋㅋ 그 장면이 제일 어이가 없었다. 단순히 관객을 낚으려는 의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다른 완벽주의자 감독이었으면 단순히 혼란을 줄 의도로 이런 의미 없는 장면은 절대 넣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넣고서 어떻게라고 의미를 부여했겠지.

 

좀비와 혈투를 벌일 때 한국영화 특유의 억지스러움도 아쉬웠다. 억지로 긴박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답답하고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어 좀비가 귀여워 보일 정도였으니까. 이건 일부러 의도한 건지 모르겠다.

 

일광은 처음부터 허주(가짜신=악마)를 숭배하는 일본인과 한패였다.

 

초반에 일본인이 저수지에서 낚시(미끼를 던지는)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마지막엔 악마가 되어 의심하고 희롱당하는 사제. 즉 관객의 표정을 관찰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영화 곡성의 카피라이터 '절대 현혹되지 마라.' 이 영화에서 의심은 죄다.

 

근데 의도적으로 의심하게 만들어 놓고 의심을 하지말라니.. 아이러니하지만 감독은 영화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미끼를 던졌고, 그걸 덥석 물어버린 관객들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끊임없이 회자하고 토론한다.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보다.

 

곡성이 이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게, 우리나라가 좋아하는 자극적인 연출과 열린 결말 때문이겠지만, 난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간 거라 주인공이 경찰이고, 당연히 범죄 스릴러인 줄 알았지만 보고 나니 오컬트 영화였다. 난 자극적인 연출보다 이런 장르의 반전이 충격이었다. 

 

왜 감독은 이런 장르를 선택했을까?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피해를 입는 것일까? 단순히 가해자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게 이유일 수는 없지 않을까? 원인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범주가 현실에 국한될 수 없었다. 평화롭게 살던 농촌 아낙, 순진무구한 소녀, 평범해 보이는 경찰이 고통받는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살펴봐도 현실에선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모든 것이 초현실적인 악의 장난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너희 중에 죄가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요한복음 8장 7절) 고로 무명은 죄가 없는 존재

 

무엇보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 대한 미장센과 배경음이 좋았다. 마지막에 무명과 종구(곽도원)이 새벽에 대립하는 장면만 해도 촬영하는데 사흘이 걸렸다고 한다. 

 

처음에 '곡성'의 2시간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스릴러 장르로서는 긴장감을 계속 이어나가기 무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코믹적인 요소가 있어 텐션 조절이 되었다. 

 

곱씹을 수 있는 이런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각자의 해석에 따라 토론이 되는 영화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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