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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판의 미로 - 오필리아 세개의 열쇠' 리뷰

'판의 미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다크 판타지로 2006년 칸 영화제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울하면서 잔인하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배급사가 포스터나 예고편을 해리포터 마냥 마케팅이 되어서 엄마아빠 손잡고 영화를 보러 간 아이들은 초반부터 맥주병으로 때려죽이고 총 맞으면서 피 튀기는 장면에 상당히 멘붕이  왔을 거라 추측된다. 

 

하여튼 마케팅 사기로 낚였네 뭐네 해서 동심파괴 영화로 찍히는 바람에 국내 해외 평론가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평점 테러를 많이 당했다.

 

 

영화가 15세 관람가인데 자극적인 장면이 꽤 나온다. 초반에 비달 대위가 아무 죄 없는 농부아들을 맥주병으로 코를 으깨서 총으로 쏴 죽이거나 연장으로 고문하고 철저하게 확인 사살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스릴러도 아닌데 굳이 저런 장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비달 대위의 잔인하고 지독한 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그 때문에 후반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스포일러 주의

 

'판의 미로'는 어른들의 전쟁현실과 괴기스러운 판타지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이 영화가 명작이라고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오필리아가 본 판타지가 과연 실제인가? 아니면 동화책에 빠진 오필리아의 망상인가에 대한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열린 결말 때문이다. 

 

영화 도입부에는 오필리아가 푹 빠져 있는 동화의 줄거리가 나온다.

 

인간세계를 동경한 지하세계의 공주가 지하를 탈출하고 밖으로 나오자 햇빛에 기억을 잃고 눈이 멀어 결국 병들어 죽는다. 왕은 공주를 잊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공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시대적배경은 스페인 내전인데  오필리아와 임신한 엄마가 새아빠인 장교를 맞이하러 숲 속 막사로 이동하게 된다. 이동 중에 사마귀처럼 생긴 벌레를 발견한 오필리아는 엄마에게 요정을 봤다고 얘기한다.  그 벌레가 오필리아에게 다시 찾아오는데 책을 펼쳐 요정 그림을 보여주자 벌레가 진짜 요정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요정을 따라가다 막사 옆에 미로(유적)로 가게 되는데 숨겨진 지하에서 인간이 아닌 '판'을 만난다.

 

'판'은 CG가 아닌 특수분장으로 연기해 좀 더 괴기스럽게 보여졌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원래 당신은 기억을 잃어버린 지하세계 공주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기억을 되찾고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세 개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열쇠를 얻기 위한 세 가지 미션을 준다.

 

용기, 인내, 희생으로 얻을 수 있는 세 개의 열쇠, 오필리아 같은 어린 아이에게 어쩌면 제일 어려운 미션이다.

 

첫 번째 열쇠를 가지고 있는 두꺼비를 찾아간 오필리아 (용기의 미션)

 

벌레가 우글거리는 나무속에 기어들어가 오필리아는 용기를 내서 대형 두꺼비에게 열쇠를 얻는 데 성공한다.

 

두 번째 미션은 인내

 

판이 준 분필로 벽에 문을 그려서 문이 생기면 들어가서 세 요정의 도움을 받아 첫 번째 열쇠를 이용해 칼을 가져와야 한다. 

 

판은 식탁에 있는 음식에는 절대 손을 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두꺼비를 만났을 때 엄마가 선물로 만들어준 드레스를 더럽혀 망쳐버려 저녁을 굶는 벌을 받은 오필리아는 배고픔에 결국 식탁에 있는 포도를 집어먹는다. 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눈깔 괴물? 에게 두 요정이 잡혀 먹히고 오필리아는 쫓겨서 겨우 탈출한다.

 

'판의 미로'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눈깔괴물 ㅋㅋ 대단한 상상력이다.

 

칼은 찾아왔지만 인내하지 못하고 포도를 집어먹어 두 마리 요정을 죽게 만든 오필리아.

판은 미션에 실패했으니 지하세계에 갈 수 없게 되었다면서 화를 내며 사라진다. 그리고 오필리아의 엄마는 동생을 출산하면서 죽게 되고 오필리아는 큰 슬픔에 빠진다. 

 

다시 나타난 판은 오필리아의 동생을 미로로 데려오면 같이 지하세계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한다. 오필리아는 양아버지인 비달 대위 몰래 동생을 안고 미로로 들어가지만 판은 두 번째 미션에서 얻은 칼을 건네며 동생을 찔러 죽이고 피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필리아가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고 거절하자 판은 그대로 사라지고 쫒아온 비달 대위는 동생을 다시 뺏고 오필리아를 총으로 쏴버린다. 

 

세번째 미션은 희생

 

메르세데스(시녀)가 현실에서 죽은 오필리아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현실과 동생을 위해 피를 흘려 희생한 오필리아가 세 번째 미션을 통과해 지하세계로 간 판타지, 이렇게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의 엔딩을 동시에 보여준다. 

 

오필리아가 본 판타지가 사실이었고 정말 지하세계로 간 건지(해피엔딩), 아니면 잔혹한 현실을 도피하고자 자신이 푹 빠져있었던 판타지 동화 망상에 빠져 죽게 된 건지(새드엔딩)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열린 결말이라 말이 많았었는데, 나는 보는 내내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정말 슬픈 영화였다.

 

도입부터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오필리아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걸 암시해 주었다.초반에 동화책을 읽을 나이는 지났는데 아직도 동화에 빠져있다는 엄마의 대사와 오필리아가 동화책을 펼치자 벌레가 요정으로 변하고, 판이 준 백지의 책이 오필리아가 보자(상상하자) 책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비달 대위가 동생을 안고 판과 대화하고 있는 오필리아를 봤을때 비달 대위의 시점에서는 허공에 혼잣말을 하고 있는 오필리아만 보일 뿐이지 판은 보이지 않았다.

 

판타지에서 나와 현실을 직시하라는 엄마의 돌직구

 

결국 견디기 힘든 현실을 도피하고자 망상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갔다고 믿는 오필리아에게만 해피엔딩이 되었다. 오락성이 있기보다는 대사나 무엇을 상징하는 장면도 있기에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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