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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는 전설이다' 리뷰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고, 인간의 고독함을 잘 표현했던 영화 '나는 전설이다'

 

얼마 전 '월드워 Z'를 재밌게 보고 문득 이 영화가 생각이 났다. 이 작품은 줄거리나 배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이 맘에 들었다. 나는 전설이다라니. 하지만 원작에서 쓰인 '전설'의 의미가 영화에선 좀 다르게 해석해서 원작을 본 사람들은 실망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좀비라기보다는 뱀파이어(흡혈귀)에 가깝다. 빠르게 뛰어다니고 힘이 세며 햇빛을 보면 피부가 타버리기 때문에 낮에는 밖으로 나오질 못한다. 이런 콘셉트 덕분에 낮에 주인공은 황폐해진 뉴욕 거리를 혼자 누빌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영화에서 이러한 디스토피아를 멋지게 표현했다.

 

바이러스로 인간이 없어진 3년후의 도시를 표현한 미장센이 볼만하다.

 

갑자기 발생한 바이러스는 공기로도 감염이 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퍼져 지구상에 인구 90프로인 54억이나 감염이 되어 과다출혈로 죽고 남은 6억 중 1프로인 1천2백 명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기에 살아남는다. 나머지 5억 8천8백 명은 좀비로 변이 된다.

 

 

애완견과 같이 빨간 포드 머스탱을 타고 아무도 없는 뉴욕 거리를 질주하며 총으로 순록?를 사냥하는 장면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부러웠다.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짓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나는 전설이다'에서 베스트 장면이 3가지가 있었는데, 초반 머스탱 씬, 좀비에게 물린 애완견 샘을 치료하려고 미완성 백신을 놓치면 결국 네빌의 손으로 어쩔 수 없이 죽이는 장면, 그리고 네빌의 집이 발각되어 좀비 때가 습격해 오는 장면이다. (월드워Z에서 좀비 때가 장벽을 넘는 걸 보고 이 장면이 생각났다.)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네빌(윌 스미스)은 도시가 폐쇄되기 전에 아내와 아이를 피신시키고 애완견과 홀로 남아 자신의 혈액으로 지하에서 임상실험을 하면서 지낸다. 실험체가 필요하기에 감염자를 한 명 생포하는데 여기서 어깨 쪽에 나비문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전에 네빌의 가족을 피신시키던 중에 네빌의 어린 아들은 손 모양으로 나비를 흉내 내며 "아빠 나비 좀 봐봐" 하면서 자꾸 난데없이 나비를 언급한다.

 

이건 무슨 떡밥인가 하며 끝가지 지켜봤지만

 

지하실 유리도어가 깨질때도 잠깐 나비모양이 등장한다. (유리가 저런 모양으로 균열이 나기 힘든데 난 왜 눈치 못챘을까 ㅋㅋ)
마지막 부분에 좀비들의 리더가 지하실까지 쳐들어와 뜬금없이 손자국으로 나비를 그린다.

 

마지막 부분에 좀비들의 우두머리가 지하실까지 쳐들어와 뜬금없이 손자국으로 나비를 그린다.

 

그래서 네빌은 이 우두머리 좀비가 원하는 게 자신이 생포한 나비문신 여자 좀비인것을 알아채고 돌려주고 살아남는다. (이건 감독판 결말이다)

 

이게 다일뿐 영화 속 나비의 의미는 정확히 설명되지 않고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래서 난 이 영화의 나비는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를 노린 게 아닌가 한다.

 

맥거핀 효과란 스릴러의 아버지이자 영화 '사이코'로 유명한 히치콕 감독이 제안한 개념으로, 관객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만든 플롯(줄거리 구성) 상의 장치를 말한다.

 

맥거핀의 유래는 스코틀랜드 지방의 농담에서 가져왔다.


스코틀랜드행 기차에 두 사람이 앉아 대화를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 머리 위에 선반에 있는 이상한 꾸러미는 뭡니까?"

"아 그건 맥거핀입니다."

"맥거핀이 뭡니까?"

"스코틀랜드 산악지방에서 사자를 잡는 장치라는군요."

"하지만 스코틀랜드엔 사자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럼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니군요."


 

한마디로 낚시용 떡밥. 아무것도 아니다.

유명한 맥거핀의 하나인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3에 언급되는 토끼발이 있는데, 영화가 끝나지 직전까지 톰 크루즈는 상관에게 대체 토끼발이 뭐냐고 물어보지만 다음에 알려준다고 하고 결국 끝까지 토끼 발의 정체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토끼발이라는 맥거핀 때문에 영화에 몰입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맥거핀 효과를 잘 활용한 영화였다.

 

아래는 게임사이트인 IGN에서 뽑은 영화 최고의 맥거핀 순위이다.

 

10위 [미션 임파서블 3]의 토끼발
9위 [스타 트렉]의 제네시스 행성

8위 [말타의 매]의 '말타의 매' 조각상

7위 [오명]의 우라늄

6위 [펄프 픽션] 중 두목의 금가 방

5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몬티 파이튼] 시리즈, [다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성배

4위 [스타워즈]의 '죽음의 별' 계획

3위 [레이더스]의 성궤

2위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

1위 [시민 케인]의 '로즈버드' 

 

 

다른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인디아나 존스 4편이 맞나 모르겠는데, 거기선 총 맞은 아버지를 살릴 때 진짜로 성배가 등장하는데, 그토록 찾던 성배가 진짜였지만 허무하게 잃어버리기 때문에 맥거핀으로 뽑히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소설이 원작인 '나는 전설이다' 나 '월드워 Z'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둘 다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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