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메탈기어 솔리드'의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가 코나미를 퇴사하고 설립한 코지마 프로덕션에서 처음 공개한 게임이 있다. 바로 "데스 스트랜딩"이다.
이 게임은 SF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철학적인 드라마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장르로 심오함과 코지마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덕분에 꽤 매니악한 게임이지만 그가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었는데, 그의 철학이 이 게임에 그대로 나타난다. 굉장히 길고 영화 같은 퀄리티의 시네마틱 영상과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여 "플레이하는 영화"라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영화에 대한 열망이 드러나듯이 실제 배우를 모델링하고 모션캡처를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꽤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노먼 리더스, 매즈 미켈슨, 레아 세두, 마가릿 퀄리, 기예모르 델토르 감독까지 그의 작품은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러다 보니 게임보다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 강하고 스토리텔링에 무게가 있으며 심오하다. 이렇게 작품의 색채가 강한 만큼 호불호가 갈리지만, 동시에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게임 안에는 독창적이면서 참신한 기능이 많다. 온라인이 아닌 싱글 게임이지만 다른 플레이어가 남긴 흔적이나 구조물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기능은 온라인 게임처럼 서로 직접 만나지 않아도 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또는 다른 플레이어가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 보상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으며, 혼자 스토리를 즐기는 게임이지만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며 외로움을 덜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협력을 영리하게 유도하며, 경쟁보다는 공통된 목표(미대륙 지역 간의 네트워크 연결)를 향한 움직임에 동기를 준다.
이렇듯 '데스 스트랜딩'의 좋아요 시스템은 실질적인 도움에 대한 감사표시이다. 물가를 건너거나 절벽을 올라야 하는데, 사다리를 안 챙겨 온 경우 누군가가 딱 필요한 자리에 설치해 놓은 사다리를 발견했을 때 그걸 이용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덕분에 필요한때에 잘 사용했다는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번거롭지만 자연스럽게 굳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가게 된다.
때론 전기바이크를 타고 가는데 배터리가 부족해 멀쩡한 바이크를 버리고 남은 거리를 걸어가야 할 상황에 우연히 누가 건설해 놓은 배터리 충전소를 발견했을때는 안도감과 동시에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충전소에 '좋아요'를 눌러준다고 해서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기에 순수한 감정교환이 의무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큰 매력이다.
이처럼 데스 스트랜딩의 '좋아요'는 순수한 감정교환을 유도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SNS의 '좋아요'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SNS에서 '좋아요' 수는 종종 사회적인 인정이나 자기 과시와 연결이 된다. 보통 자랑할만한 사진이나 있어 보이는 글을 올려서 관심을 구걸하는 경우가 있어 때로는 좋아요 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좋아요' 수는 암묵적인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나은데 왜 내가 더 적지?" 같은 비교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전에는 '좋아요' 버튼 말고 '싫어요' 버튼도 있었다. 스트리밍 대장인 유튜브는 한때 '좋아요'와 '싫어요' 수를 공개적으로 표시했었지만 2021년 말부터 '싫어요' 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싫어요' 수는 창작자 외엔 안보임)
랩틸리언으로 의심되는 저커버그의 페이스북(메타)도 초기엔 '좋아요' 버튼만 있었다. 사용자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방법을 요구하자 2016년에 리액션 버튼(엄지 척, 슬픔, 화남 등)을 추가했지만 직접적인 '싫어요' 버튼은 넣지 않았다.
인스타그램과 X(트위터)는 애초에 '싫어요' 버튼이 없었다. 이런 변화는 부정적인 감정이 확산되거나 '싫어요' 폭탄으로 집단이 특정 유저를 공격하기도 했던 사례들, 활동이 소극적이 되거나, 또는 광고주와의 관계에 영향이 있다고 한다.
즉 SNS에서 '싫어요' 버튼이 없어졌거나 없는 이유는 플랫폼이 긍정적인 분위기, 적극성과 표현의 자유, 광고주의 만족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도 좋은 대처는 아니니 댓글이나 리액션 같이 우회로 열어놨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좋아요'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어버렸다. 이 하나의 클릭이 인정과 유행에 대한 소속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면에는 자기 과시의 공간과 경쟁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 '싫어요'가 사라진 화면 속에서 우리는 긍정만 강요받고, 다른 부정적인 감정은 댓글과 리액션 뒤에 숨어버렸다.
'데스 스트랜딩'에서 '좋아요' 버튼으로 연결되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고마움은 SNS에서는 스스로를 가두는 창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2 : 온 더 비치'가 2025년 6월 26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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