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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2. 적당하게 미디엄라이프 :D

 

바흐(Bach)_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Prelude)

 

 

올해는 지난해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매년 하는 얘기) P처럼 살지 말고 J처럼 나름 계획성 있게 보내려 한다. 나의 올해 키워드는 꾸준함으로 하고 싶은데 벌써부터 작심삼일의 조짐이 보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있는 트렌드 코리아는 항상 구매를 했지만 제대로 완독 해본 적이 없다.

 

2023 트렌드 키워드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체리피커였다.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듯이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 할인이나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말하는 건데 이게 인간관계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2024년 트렌드 코리아 목차를 보니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분초사회와 육각형 인간이었다. 육각형인간이란 사람의 능력이나 특징을 헥사곤 그래프로 표현한것인데 마치 게임에서 시안성 좋게 보여주는 능력치 UI 같다.

 

드래곤아이즈라..이쯤되면 초성끼워맞추기가 의심되지만 난 결국 구매를 하겠지

 

세상이 점점 편해지다보니 긴 글을 읽기 귀찮아해 3줄 요약이라는 말이 유행했었고, 그것도 귀찮아져 글로 읽는 대신에 영상으로 보고 듣기 시작했고 이제는 듣는 것마저 귀찮아져 한국드라마나 예능도 자막을 켜고 보는 시대다. 그 영상도 10분이 넘어가면 길다고 느껴지면서 어그로 끄는 썸네일과 함께 영상도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 (요즘 쇼츠 썸네일은 마치 2류의 기사 헤드라인 같다) 그러다 결국 1분도 안 되는 60초 이내에 짧은 영상 숏폼, 릴스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런 변화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현상일 수 있겠다. 

 

평생직장 개념도 희미해진지 오래라 공무원의 인기는 예전 같지가 않고, 전에 코인광풍이나 NFT, M2E도 그렇고 어쩌면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게 이득인 세상이 되었다. 

 

인스턴스식 무한한 정보의 홍수에  현대인들은 집중력을 잃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아마 스마트폰일 것이다. 밖에 나가있을 때나 회사에서나 집에서 쉬고 있을 때도 핸드폰이 최소 1미터 반경이내에 있어야 뭔가 안심이 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뭔가 나만 빼고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뭘 하질 않아도 곁에 두면서 가끔 괜히 확인을 하고 손에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이런 느낌, 중독이다.

 

냥모나이트

 

이건 마치 꼬박꼬박 월결제를 하지만 정작 시청은 하지않고 작품 커버사진만 구경하는 넷플릭스같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를 해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든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이러한 현상은 가능성의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잘 보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 보고 싶은 작품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서비스를 유지한다. 갑자기 유행하거나 관심을 끄는 작품이 생길 때, 사람들이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그 이슈에 대해 같이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의 문제를 넘어서 현대인의 소비습관과 심리를 반영하는데, '잠재적인 가능성' 을 구매하는 경향이다. 이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종종 사용하지도 않은 것을 구독하거나 읽지 않는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과 하고 싶은 기분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언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길 바라며, 그 때문에 때때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에 돈을 쓰기도 한다. 

 

이 책을 살까했다.

 

이런 소비습관에 연관되는 심리적 현상은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어있는 현대인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정보의 지옥이다. 매일 우리는 관심 없는 수많은 광고와 정보를 강제로 보고 듣고 있다. 지식의 홍수 속에 어느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갈래로 에너지가 분산된다.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것들이 너무 많아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 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에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만 해도 기본 3개 이상은 대부분 들어가 있을 거다.  주제에 따라 딱 분리되어 있으면 좋은데, 겹치는 주제가 있다. 이건 에너지 낭비다. 가뜩이나 잇팁스러운 나는 이런 에너지의 분산을 줄이기로 했다. 단톡방을 줄이고 거기에 쓰는 시간도 줄이기로 했다. 일단 새어보니 단톡방만 10개 정도 더라. 작년 이맘때쯤에 현타가 세게 온적이 있어 80프로 정도 정리를 했지만 일 년이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또 이렇게 증식되어 있었다. 들어가는 건 쉽지만 나오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걸까? 물건도 사는 건 쉬운데 팔고 버리기가 어렵다. (마치 주식같았다.) 보통 오래 있다가 단톡방을 나가면 안녕을 기원하는 장문의 글을 쓰고 나가던데, 식상한 멘트 말고 뭐가 없을까 생각을 해봤다. 물어보기도 했다.

 

음...내 스타일의 GPTS를 커스텀해봐야겠다.

 

일단 취미부자였던 시절을 청산하고 줄여나갔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취미를 보자. 로드자전거, 드론, 골프, 심레이싱, 런닝, 플스, 헬스?

 

여기서 뭔가 어중간하게 관여하고 있던 취미들을 줄여나가기로했다. 아니 마음을 먹으니 일부러는 아니고 자연스럽게 줄여지더라.  비용도 분산되고 정신 체력이 분산된다. 장비는 팔아 없애는 중이고 심레이싱 장비 하나만 남겨두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내 성격 탓인지 쉽지가 않았다. 대신 더 이상 물건을 늘리지 않기로 하자. 그리고 천천히 하나씩 처분해 나간다. 물건과 활동에 대한 선택과 고민, 관리가 단순해져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생산적인 활동에 할애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미니멀은 힘들고 미디엄라이프를 해야겠다. 

 

엄지척 ദ്ദി

 

 

맥시엄라이프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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