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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1. 볼륨을 낮추고 꾸준하게

 

연말에 폭설이라니

 

 

연말즈음 되면 나이를 더 먹게 되서인지 괜히 우울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 때문인지 예민해지기도 한다. 이런 불안정한 감정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주위에 신경을 쓰이게 하는 것들을 치워버려 눈을 쉬게 하고, 6~70 데시벨 이하로 소음을 줄여 환경을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주말에 집에서 쉴 때는 그리 크지 않는 볼륨으로 주로 클래식이나 가사 없는 플리를 틀어놓는 편이다. 그렇게 음악소리를 듣는 시간이 많으니 사운드바 적당한 걸로 하나 사면 가성비 측면에서도 그렇고 집에서 쉬는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 뭘 살 궁리를 하고 있다. JBL 300 같은..?

 

일산 사이폰커피
일단 시각적으로 매력이 있는 사이폰 커피

 

그냥 핸드드립을 마시러 왔지만 사이폰? 추출방식의 메뉴가 있길래 일단 주문을 해봤다.

 

사이폰커피란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사이폰 작용으로 추출한 커피를 말한다.  진공포트방식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1840년대에 발명되어 상용화가 되었다는데, 마치  최상의 맛을 뽑아내려 실험을 한 결과물 같은 느낌이라 시각적인 매력도 있다.  산미가 있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도 더치커피보다 깊고 더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이폰 병을 보니 일본에 고노사 제품을 쓰던데, 정갈한 젠스타일 인테리어에 잔잔하지만 가볍지 않은 음악, 직원도 호텔리어처럼 유니폼 입고 격식을 차리며 커피를 대접하는 걸 보니 일본 호텔커피에서 넘어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점심 12시쯤엔 손님이 한명도 없어서 조용하고 좋았는데 한두 시간 지나니 슬슬 북적이기 시작한다. 위치가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페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인테리어 좋고 커피맛이 괜찮으면 어느 카페를 가나 주말이면 자리를 걱정해야 한다.  옛날부터 주막이나 사랑방에서 손님 대접하고, 마루에 모여 이웃들과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발전된 형태가 카페를 유독 좋아하는 원인이 아닌가 유현준 교수가 얘기한 적이 있다. 

 

연말마다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건 아마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반복되는 후회, 아쉬움, 매년 새해의 의미를 두어 세우는 계획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놓쳐버리는 중요한 무엇들, 결국 뭐 하나 꾸준하게 이뤄낸 게 없는 제자리인 느낌. 

 

요즘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와 GPT활용 제대로 배워보기로 한 나는 FOMO가 오기 시작했다. SD를 남들보다 꽤 일찍 접하고 다루었을 때 왜 꾸준하게 하지 않았을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잡고라도 있었으면 지금쯤이면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고 최소한 23년 하반기부터 쏟아져 나오는 GPT 기반의 AI 그림툴들에 대한 알고리즘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을 텐데. 정보력은 빠르지만 의심이 많아 뒤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욕심은 끝이 없고

 

이 주제로 글쓰기 시작하면 꽤 길어지니 따로 포스팅하도록하겠다. 다만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 대외적인 블로그에 남겨놓는다.

 

밤늦게 글을 쓰는 이 시간에 제야의 종을 치는 행사를 생중계로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연도가 바뀌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새해 첫날에 뜨는 해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해인데, 굳이 먼데까지 가서 의미 부여하고 다짐하는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재작년까지만 해도 동해에 다녀왔다. 일출보고 다시 오는 데만 5시간이 걸렸어서 이제는 어디 가지 않고 오늘처럼 이렇게 집에서 노트북을 앞에 두고 결심을 글로 적고 생각정리하는 게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특정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날짜를 내가 만들자!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첨부하고 싶은 영상을 정했다.  국내 극장 최초개봉 기념이다. 

 

엔드오브에반게리온 한국 최초개봉 예고편

 

내 생애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되다니.. Jesus bleibet meine Freude가 흘러나오며 들리는 신지와 레이의 목소리라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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