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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스 라이프

#2. 레드데드리뎀션2 - 미국이라는 지옥

 

 

뉴욕에 대한 생각

 

결국 사람이란 그의 사상을 빼면 빈껍데기가 아닐까? 더 나아가 사상을 빼면 사람은 결국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행동을 위해? 난 행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사자, 당나귀, 하이에나 이들도 모두 행동한다. 그럼 우리는 그들과 같은가? 아니다. 우리는 짐승보다 낫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존재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의 행동이고, 그 행동에 대한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응만 하는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거울이 아니다.  그건 영혼과 신들의 전유물이다. 우리는 행동이자 행동에 대한 생각이며, 둘 중 어느 하나도 아닌 중간의 존재이다. 우리는 행동으로부터도, 생각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의 인간성은 내면의 짐승과 산을 모두 받아들여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함양해야 하는데, 미국은 행동의 땅이다. 미국은 사상에 집착하거나 생각의 구원하는 힘에 집착하는 땅이 아니고, 지성의 말살에 집착하는 땅이다. 

 

이곳에서 인류는 자기 존재의 절반을 부정하려 했고, 자유를 쫒다가 두로 나뉘고 말았다. 승려가 육체의 쾌락을 포기하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정신의 쾌락을 포기하도록 권해진다. 그들은 욕구에 이끌려 돼지우리로 들어가 도축되기를 기다린다. 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 나라를 여행하며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 미국인이 내면의 신과 짐승을 동시에 깨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옥의 불길로 들어갔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옥의 불길, 맹렬하면서 형편없는 맨해튼으로, 그곳은 사람이 사람을 고문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곳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보여준다. 인간이 신과 완전히 분리되어 자기 마음대로 하게 되면 지상은 천국이 아닌 지옥이 될 거라는 사실을. 금박을 입힌 지옥의 불길, 대리석으로 치장된 연옥, 미국인의 욕구가 뒤섞인 이곳에서 우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고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인간은 모든 걸 파괴한다. 자연과 형제들을 재미로 파괴하고, 마침내 자신마저 파괴하기에 이를 거다.

 

인간은 욕심과 욕구에 집착하고, 경험과 즐거움 대신 소유에 집착한다. 사람은 부유함에 집착한다. 인간은 욕구를 위한 욕구가 되어버린다. 갈구하는 일만이 중요해진다. 사랑하는 일, 존재하는 일, 소유하는 일이 아닌 갈구하는 일. 우리는 욕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차라리 스포츠가 나을 지경이다. 무시무시한 질병, 이 땅의 영원한 질병은 바로 해방된 인간이다. 해방되어 정체 모를 무언가가 된 인간.

 

내면에는 아무것도 없으므로 그를 움직이는 모든 것, 그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외부, 즉, 욕구가 뒤섞인 바다에 있게 된다. 그런 건 자유가 아니다. 멀리 볼 능력이 없는 사람이 멋대로 상상한 자유와 닮은 무언가다. 그들은 왜 멀리 볼 줄 모르는가? 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그리고 이 나라가 자유를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궁극적 가치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자신과 친구들에게 영광을 보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죽음의 영광을, 삶의 영광도 물론 있지만, 죽음의 영광을. 이 생각이 혐오스럽다는 걸 안다. 저속하고, 불쾌하고, 왜곡되어 보인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진실이기도 하다.

 

맨해튼을 여행하면서 나는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이민자 빈민가부터 센트럴 파크의 대리석을 치장된 저택까지 모두 보고 무시무시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목격한 가난과 퇴폐를 허용하는 제재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퇴폐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지만, 부유함이 그것을 소유한 자와 그것에 홀린 자에게 주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인간성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대리석 감옥에서 죄수로 사는 것, 그처럼 인류로부터 떨어져 혼자 사는 것은 너무나도 미국저기지가 않아서 우리가 흑인을 대하는 태도보다 심각하게 이 나라의 건국이념과 모순된다. 맨해튼은 즉시 가난한 자를 퇴폐하게 하고, 부유한 자를 비인간적으로 만든다. 맨해튼의 목적은 고통을 키우고 꽃 피워서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맨해튼이 미국 사회의 정점이라고 배운다. 말도 안 된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미국적이기는 해도 틀림없는 사기이다. 진정한 미국은 욕구가 아닌 이 땅의 순수함에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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