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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1) '언더도그마' 에 대해

 

러시아의 어느 옛날이야기에는 요술 램프를 우연히 발견한 농부가 등장한다. 농부가 램프를 문지르자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빌라고 말한다. 농부가 말했다.

 

"이웃집에 젖소 한 마리가 생겼는데 가족이 다 먹고도 남을 만큼의 우유를 얻어 큰 부자가 됐어."

듣고 요정이 말했다. 

 

"그럼 이웃집처럼 젖소 한 마리를 구해드릴까요? 아니면 두 마리?"

농부가 대답했다.

 

"아니, 이웃집 소를 죽여줘."

 

이 이야기는 시기나 질투의 개념을 보여준다. 젖소가 죽어 옆집 사람이 우유를 얻지 못하길 바라거나 더 나아가 옆집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시기이다. 이에 반해 젖소를 갖기 못한 농부가 단지 젖소가 없다는 이유로 당연히 도덕적 우위에 있게 되고, 젖소를 가진 농부는 단지 젖소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언더도그마이다. 

 

-「언더도그마」 20쪽 -마이클 프렐

 

 

언더도그마(underdogma)

언더도그마 2분만에 이해하기

blog.naver.com

 

한마디로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 아무 이유 없이 약자는 착하고 강자는 나쁜 쪽으로 해석해 버리는 현상이다. 편견과 비슷한데,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패이트리어츠의 전략가인 '마이크 프렐'은 이러한 현상을 언더도그마(underdogma)라고 말했다.

 

정말 흔하게 접하게 되는 언더도그마 현상은 드라마 소재로 자주 쓰이는데, 돈 많은 재벌을 상대로 가난한 주인공이 성공해 복수하는 내용이나,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성공하는 스토리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드라마에서는 보통 권력을 가진 사람은 비열하고, 가난한 사람은 정의롭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해서도 정치적인 도구로도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 서민층이 많은 지역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등 서민층을 약자로 표방해서 자신을 약자의 평(언더도그)이라고 감성팔이를 무기로 호소하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여기서 오류가 나온다. 남자는 돈을 지불하고 성을 사는 입장(강자)이고 성매매 여성은 그 돈을 받고 몸을 파는 거니 피해자(약자)이니 남성만 처벌해야 한다는 성 프레임이 씌워지기도 한다. 

언더도그마의 사례를 더 찾아보면 사실 세계에서 제일 힘이 센 미국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911 테러나 달 착률 조작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등에 항상 등장하는 음모론과 테러리스트에게 동정심을 유발해 지지하는 현상이 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대기오염도가 중국이 미국을 넘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미국을 비난한다. 중국이 미국보다 힘이 약하다고 해서 중국이 일으키는 오염 정도가 미국보다 약한 게 아니다. 

 

왜 이런 언더도그마 현상이 계속 나오는 걸까?

 

사람들은 대부분 다윗(언더도그)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의식주를 제공받고, 통제받으며 학교에 들어가 윗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고 장래를 결정짓는 시험을 통과하여 점수를 받는다. 취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골리앗(오버 도그)을 만나게 된다. 사장이나 상사는 우리의 능력을 보고 연봉을 결정하며 승진이나 해고를 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다. 이렇게 성장하면서 자신보다 힘이 센 오버 도그가 가득한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 그들에게 휘둘리며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되고 피해의식이 쌓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옮고 그름에 상관없이 우선 힘이 약한 쪽에게 편을 드는 심리이다.

2010년에 애플은 회사 창립 이래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맹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유는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데스그립)이었는데 이런 문제점은 2008년에도 있었지만 그때는 이처럼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럼 2년 사이에 뭐가 달라졌길래 애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을까?

 

애플의 성장은 2년사이에 세계 최대 IT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했다.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진 애플은 언더도그마 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애플이 힘없고 호감 가는 언더도 그였을 때는 사람들은 좋아해 주며 성공을 빌었지만 과거에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오버 도그가 되었다. 그 당시 안테나게이트 기자회견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잘 나가면 그를 끌어내리길 원한다. 실제로 구글이 성공하자 사람들은 구글을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 났다." 

 

약자를 지지하고 동정하지만 정작 왜 좋아하는지 그들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잘 나가는 스타나 돈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하는 잘못이나 실수를 하면 전후 사정 무시한 채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아무리 사과를 해도 비난은 끝나질 않는다.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고 유행처럼 번저나 가는 이런 현상은 종종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언더도그마에 빠진 사람들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객관적인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주관적으로 감성적으로 휩쓸려가기 때문에 선동당하기도 쉽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는데, 무지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정말 위험해진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이 글은 마이클 프렐의 '언더도그마' 내용을 참고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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